정e의 일기장 ✏

콩이 무지개다리를 건너다🌈 - 펫바라기 후기

정e 2022. 9. 11. 11:35
728x90
반응형


안녕하세요~ 고독한 맛객 정e 입니다
오늘은 저의 친구이자 가족이었던 콩이에 대해 얘기하고자 합니다

콩이는 심장병이라 동물병원에 계속 다니고 있었는데요
8월 초 혈액검사 후 신장 수치가 높아서 의사 선생님이 정맥수액을 맞추면 정상수치로 돌아올 거라고 했습니다
정맥수액 후기를 찾아보니 맞고 폐수종이 와서 무지개다리를 건넜다는 글들이 종종 있어서 콩이는 폐수종까지 왔던 아이라 의사 선생님한테 물어보니 천천히 기계로 들어가는 거라 그럴 일 없다고 하셨어요

2~3일간 통원하며 수액을 맞기로 한 첫날 콩이는 스트레스를 엄청 받은 듯했습니다 그 얌전하던 콩이가 생전 안 내던 소리도 내고 화를 냈다고 하더라고요
집으로 데리고 오기 위해 퇴근 후 병원에 갔을 땐 정맥수액 도중 피하수액까지 추가로 맞은 상태였고 콩이는 빨리 집에 데리고 가라고 나 다리 아프다는 듯 수액 맞고 있는 다리를 들어서 저한테 보여주더라고요
이땐 귀엽게만 봤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아프다고 표현 잘 안 하던 아이가 나 아파!!라고 최대한으로 표현했었던 거 같습니다 🥺

수액 맞고 집에 와서 제대로 걷지도 못하고 다음날 아침에는 호흡도 크고 너무 빨라져서 설마 폐수종인가 싶어서 병원 오픈하기도 전에 언니가 통화하고 급하게 데리고 갔는데 아니나 다를까 폐수종이었습니다 😢
이미 한차례 폐수종 고비를 넘겼던 아이라 걱정이 컸는데 다행히 심하게 온 거 아니라고 의사 선생님이 안심시켜 주시더라고요

그날 저녁 퇴근하고 병원에 갔는데 콩이가 흥분하면 안 되니 멀리서만 보라고 해서 입원실 밖에서 봤는데도 아파 보이더라고요
엑스레이 상으로는 아침보다 폐에 물이 빠졌다고 보여주셔서 그래도 나아지고 있구나 수액 맞는 게 아파서 아직까지 기운이 없나 했습니다
그리고 그날 밤 자정이 거의 다 된 시간...
아침까지 사용하기엔 산소가 부족 할거 같다고 24시간 병원으로 이동해야 할거 같다며 의사 선생님한테 연락이 와서 옷만 대충 갈아입고 병원에 갔습니다
의사 선생님은 차트 정리 중이셨고 그때야 가까이 가서 콩이를 봤는데 저도 못 알아보고 산소 넥카라 안은 이슬이 잔뜩 맺힌 상태였고 아침보다 힘들게 호흡하며 기침까지 하고 있었습니다
이동할 준비를 마치고 엄청난 비를 뚫고 의사 선생님 차를 타고 콩이를 데리고 기존에 다녔던 24시간 병원으로 이동했습니다
이동한 지 얼마 안 돼서 콩이는 갑자기 발작하듯 쓰러졌고 심장마사지도 하고 산소캔도 열심히 쏴줬지만 심장이 느리게 뛰다 멈추더라고요
24시 동물병원에 도착하자마자 심폐소생술도 하고 주사도 놓고 하시던데 몇 번 심장이 다시 뛰는 듯하다가 끝내 콩이는 다시 일어나지 못했습니다

소식을 듣고 언니도 병원에 오고 같이 한참을 울다 콩이를 우선 집으로 데리고 가는 게 나을 거 같아 병원에서 나오니 그렇게 미친 듯이 오던 비는 그쳐 있었습니다
집에 오자마자 콩이 밑에 아이스팩을 깔아줬습니다
콩이는 그냥 잠들어 있는 모습이었고 가끔 낑낑대는 소리까지 언니랑 저랑 같이 들리더라고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심장에 귀도 대보고 만져보고 했는데 인터넷에 보니 저같이 환청 들리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아마 다들 믿고 싶지 않은 마음이 커서겠죠?
날이 더워서 오래 같이 있을 수 없으니 정신을 가다듬고 장례업체를 알아봤는데요
정식 허가 업체는 서울 쪽엔 없었고 후기도 괜찮고 그나마 가까운 일산에 위치한 펫바라기에 연락해서 여러 가지 여쭤보고 왕복 픽업까지 예약을 했습니다
새벽시간에도 친절히 답변해주시고 그 시간에도 장례 중이라 바쁘신 거 같았습니다
예약 후 픽업 주소와 콩이의 영정사진을 문자로 보내달라고 하시는데 사진 고르면서 이쁜 사진 많이 찍어 둘걸 후회 참 많이 했습니다 🥺
그렇게 날이 밝고 픽업 기사님이 예약 시간보다 조금 일찍 오셨는데 너무 친절하시고 도움 되는 얘기 많이 해주셨어요
장례식장 갈 때도 하늘은 정말 맑았습니다

외진 곳으로 계속 들어가다 보니 펫바라기가 보였고 도착했구나 싶더라고요
차에서 내리니 매캐한 냄새가 났고 픽업 기사님이 안내해주시는 장례식장 안으로 콩이를 데리고 들어 갔습니다

들어가니 예약 확인 후 문자로 보냈던 콩이 사진을 화면에 띄워 주시더라고요
옆방에서도 대성통곡 중이었고 저도 언니도 계속 눈물이 나서 곤란했는데 방안에 티슈가 여기저기 있어서 가족들에 대한 배려가 느껴졌어요

콩이가 떠나고 진짜 멍해서 아무 생각 안 났는데 빵순이였던 콩이한테 빵은 꼭 올려주고 싶어서 그 와중에 빵도 사 오고 그동안 먹던 습식사료 통조림, 간식, 장난감도 챙겨 왔습니다
나중에야 고구마도 참 좋아했는데 못 올려줘서 너무 미안하더라고요 😭

보내줬던 사진으로 액자도 만들어 주시고 관은 뭘로 할지, 유골함은 뭘로 할지 등등 상담을 하고 결제를 했습니다
상업적인 영업 같은 건 없으니 부담 없이 선택하면 되고 이때 장례 증명서를 주시는데 나중에 사망신고 시 첨부해야 하니 잘 챙기셔야 합니다 😢
콩이를 꼼꼼하게 소독해서 제가 선택한 기본 관에 넣어 주시고 마지막 인사를 하고 마음이 안정되면 부르라고 하시더라고요
후기에 장례 일정이 많으면 시간에 쫓기듯 화장하러 이동해야 한다는데 다행히 콩이와 인사할 충분한 시간이 주어졌고 이때 마음껏 보고 만지고 인사하셔야 후회가 덜 할 거예요

관 닫고 화장하는 곳으로 이동하는데 다시 눈물이 엄청 쏟아지더라고요
이곳에도 티슈는 비치돼있었고 화장 진행할 때 강아지지만 최대한 예를 갖춰 주시는 거 같아 정말 감사했습니다
콩이가 1.5킬로로 작은 아이라 화장은 30분에서 40분 정도 소요될 거라고 하시더라고요

기다리는 동안 벽에 그림들도 구경했습니다
무지개다리 건너는 아이들인가 봐요 그래도 신나 보여서 다행입니다 😢

화장 중간에 옆에 작은 문으로 확인하시는데 관 형체고 뭐고 아예 안 보여서 또 눈물이 나더라고요
생각보다 화장은 빠르게 끝났고 뼈도 보여주시는데 작은 아이라 그런지 뼈도 정말 작더라고요

뼈에 불순물을 털어 낸 후 절구에서 빻아서 유골함에 담아 보자기에 싸서 주시는데 막 받은 유골함은 참 따뜻했습니다
어제도 같이 잤던 아인데 허망하게도 한 줌의 재가 됐네요...

유골함을 안고 픽업 기사님과 다시 집으로 향했습니다
처음엔 콩이와 계속 있고 싶은 마음에 스톤으로 만들어서 보관할 생각이었는데 스톤은 유골가루에 화장할 때보다 더 뜨거운 열을 가해서 결정을 만드는 거라 나중에라도 자연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해서 포기했습니다

콩이 무지개다리 건넌 다음날 언니가 찍은 구름사진인데 꼭 콩이가 걷는 모습 같더라고요~
이제 아프지 않은 곳에서 편히 쉬고 있겠죠?


콩아~ 고맙고 미안하고 사랑해~
우리 나중에 꼭 다시 만나자~

콩이♥️ 2008년 9월 21일 ~ 2022년 8월 10일🌈






728x90
반응형